이 책은 히틀러에 대한 책이다. 뭐 표지가 말해 주고 있지만…보통 히틀러에 대한 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예 골수 나찌가 쓰는 책들로서 ‘Mein Kampf’ 류가 되거나, 하나는 뭐 유태인 대학살, 이런 식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이 책은 좀 방향이 다르다는 측면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보통은 대중을 ‘큰 거짓말’ 로 완벽하게 속인 카리스마라던가, 홀로코스트 등을 다루지만 이 책에서는 어찌 보면 히틀러와는 거리가 멀 것 같던 ‘돈’ 얘기를 한다. 사실 내 친구 중에는 히틀러는 면도기 살 돈이 아까워서 콧수염을 남겼다는 주장(!)을 하는 녀석도 있다. 믿어주는 사람은 없지만…

사실 히틀러의 이미지는 선악과는 별개로 돈에 관련해서는 상당히 금욕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편이지만, 사실 그가 ‘권력형 비리’ 의 한 좋은 예라는 것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이 비자금 조성할 때 흔히 써먹고 하는 방법은 사실 이 시대에 이미 정립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탈세나 불법대출, 강제 기부금, 횡령 등등.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보면서 꽤나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이것의 컨텍스트의 이점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편이다. 지은이인 볼프 C. 슈바르츠벨러는 원래 언론인 출신이라는데, 확실히 그런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이런 저런 가십들도 제시해 준다. 히틀러의 출생의 비밀, 슬픈 가족사, 거기다 연인 사이의 비틀린 성적 유희의 장면 등. 이 책은 내가 본 히틀러에 대한 책들 중에서 히틀러에 대한 사생활 얘기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책이다. 원래 일반 신문보다는 스포츠신문이나 타블로이드 연예신문이 훨씬 재미있는 법 아닌가(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어쨌든, 이 책의 결론은 하나다. 히틀러는 뭐, 나쁜 놈이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었다, 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런 말은 이제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히틀러가 ‘나쁜 놈’ 이라는 말은 직접적으로 하진 않는다. 우리가 히틀러를 회상하는 건 앞으로의 인간의 삶을 위해서라 한다면, 어쨌거나 그에 대한 판단도 우리 자신의 몫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뭐, 위에서 히틀러 면도기…얘기 한 친구는 저자가 결론 쯤 되니까 귀찮아서 안 쓰고 넘어갔다고 주장하지만, 역시 이것도 믿어주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볼프 C. 슈바르츠벨러 저, 이미옥 역, 참솔]

히틀러와 돈”의 2개의 생각

  1. 중학생시절이던 2000년대 초반 2차대전 밀리터리에 빠져 당시 나온 2차대전 정보 서적을 마구 구입했었습니다, 그 즈음에 아마 중학교 2학년쯤인가에 이 책도 구입해서 봤었는데, 지금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책 내용에 가십거리가 더 많은것같아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그떄쯤 범우사에서 나왔던 나의 투쟁도 구입해서 봤었는데, 뭐 이런 빙신같은 놈이 다 있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NSBM류 블랙메탈-특히 하켄크로이츠를 달거나 88 하는 친구들..-을 처음 접할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별로 듣고 싶지도 않고 한심하게만 보이게 되더군요…
    사실 2010년에 독일에 페스티벌 보러 다녔을 때 NSBM 티 입은 놈들이 저에게 한 인종차별 행위들은 정말 잊기 어려울 만큼 불쾌하고 곤란했습니다. 저한테만 한 게 아니라 터키계 애들한테도 온갖 인종차별행위를 하는데 정말 큰 실망이었죠. 그 이후에 제 NSBM에 대한 혐오감은 더 강해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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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긴 히틀러라는 인간에 대한 평가야 일반적으로는 별 이견이 없을 얘기일테니 사실의 나열 외에 뭔가 좀 특이한 내용이 나오기는 좀 어렵긴 하겠습니다만, 이런 인물을 이렇게 타블로이드 식(?)으로 다루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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