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아는 사람은 없는 거 같은데 보면 또 은근히 내한공연도 했던 스위스 3인조 매스록(난 이들이 재즈 밴드라고 하는 건 좀 아니잖나 싶다) 밴드 Schnellertollermeier의 3집. 물론 많은 재즈필들이 소개해 온 밴드이지만 재즈에 별 소양이 없는 나로서는 이 앨범으로 밴드를 처음 접했다. 아마 Cuneiform으로 이적해서 내는 첫 앨범이었기 때문이지 싶은데, 듣자마자 어쨌든 재즈 밴드 소리를 듣던 이 밴드가 어째서 어디까지나 ‘록’ 레이블인 Cuneiform에서 앨범을 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솔직히 프로그레시브 메탈까지 섞는다는 이런저런 페스티벌들의 소개글은 뻥이라고 생각하지만, 메탈릭한 질감이 없다 뿐이지 곡들의 구성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는 The Dillinger Escape Plan이다. 보컬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밴드를 특징짓는 것은 변화무쌍한 리프와 리듬보다는 그에 다시 얹히는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흔히 이 점 때문에 이 밴드와 ‘익스페리멘탈’이라는 (때로는 만능으로 보이는)수식어를 엮곤 하지만, 그보다는 노이즈/앰비언스를 좀 더 사이키한 방식으로 이용한다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도 ‘Backyard Lipstick’에서는 이런저런 이펙트들과 함께 꽤 ‘트리벌’한 리듬을 엮어내는데, 과장 섞으면 King Crimson이 “Displine”에서 아프로펑크를 나름대로 풀어내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뭐 그 정도로 정교한 리듬을 풀어낸다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2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21세기에 나온 Cuneiform의 발매작 중에서는 손에 꼽을 만하지 않나? 싶은데… 이렇게 얘기하기에는 내가 들어본 게 많지 않구나. 그래도 멋진 앨범이다.

[Cuneifor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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