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3인조 데스메탈 밴드의 2집. 데뷔작은 들어보지 못했으나 이름이 “Sounds from the Vortex”이고 이 앨범은 “Cosmic Terror”이니, 거슬러가면 Nocturnus까지 올라가는 (좀 싼티나는)스페이스 오페라 컨셉트의 적당히 테크니컬한 데스메탈을 기대할 법하게 생겼으나 음악은 그와는 좀 다르다. 굳이 비교하면 Dissection 스타일의 일견 블랙메탈스러운 데스메탈인데, 시절이 시절인지라 먼저 떠오르는 앨범은 “Reinkaos”이나 그보다는 좀 더 예테보리 사운드에 다가간 리프를 써먹는 편이다. 물론 “Storm of the Light’s Bane” 같은, 멜로딕데스 리프이지만 이 음악을 블랙메탈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는 전혀 없으니 기대해선 곤란하다.
그래도 블랙메탈 팬으로서 솔깃할 부분들도 많다. 데스인지 블랙인지 좀 모호한 스타일답게 앨범에는 Mayhem풍의 리프도 있고, Satyricon이 요새 좀 망가진 모습으로 보여주는 그루브를 좋았던 시절 리프에 끼얹은 듯한 묘한 모습도 있고, ‘The Path of Solitude’ 같이 의외로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적어도 ‘The Path of Solitude’에서는 밴드는 좋았던 시절 분위기야 재현할 수 없지만 어쨌든 Dissection의 훌륭한 카피캣의 경지에 이른다. 그렇다면 저 커버는… 사실 그림 자체는 맘에 드는데 이런 음악에 어울리는지는 좀 의문이 든다. 들으면서 Voivod 생각까지는 한 적이 없었다.
[AOP,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