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mpiternal Deathreign은 네덜란드 출신 데스메탈 밴드였다. 1986년에 결성된 이 밴드는 1989년 이 한 장만을 내놓고 짧은 커리어를 접었으니 동시대에 활동했던 다른 네덜란드 밴드들, 즉 Thanatos나 Pestillence, Asphyx 등과 비교해도 불쌍할 정도로 존재감 없었던 셈이다(하긴 저 양반들에 비교한다면 안 불쌍할 데스메탈 밴드가 별로 없겠지만). metal-archives.com에 따르면 Frank Fasse가 그나마 이 밴드 이후 Sinister에서 잠깐이나마 기타를 쳤다고 나오기는 하는데, 정작 Frank가 녹음에 참여했던 Sinister의 앨범은 (데모마저도)한 장도 없으니 허, 청자의 입장에서 생각건대 거 참 의미 없다.
그렇지만 이 봐줄 것 없어 보이는 네덜란드 밴드의 유일한 정규작이었던 이 한 장을 지금에 와서 들어보면 이 정도로 묻힐 만한 앨범은 확실히 아니었다. 초기 Slayer나 Possessed의 리프를 닮은 데가 있는 데스메탈이 둠 메탈의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는 모습을 이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 ‘Devastating Empire Towards Humanity’의 연주는 Disembowelment 같은 밴드까지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다. Winter는 “Into Darkness”를 1989년에, Disembowelment는 “Transcendence into the Peripheral”을 1993년에, Thergothon은 “Stream from the Heavens”를 1994년에 발표했음을 생각하면 이들은 신기할 정도로 앞서간 사운드를 구사했던 것이다. 이름이야 괴이쩍지만 지나서 돌아보매 네덜란드 데스메탈의 명가였던 Foundation 2000에서 나왔다는 점도 메리트라면 메리트. 뭐 이랬는데도 제대로 묻혔으니 그게 밴드의 팔자였으려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Foundation 2000,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