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ur Machine을 크리스천 메탈의 대명사라고 하면 Stryper라는 훨씬 잘 알려진(그리고 훨씬 잘 팔린) 예도 있고… 일단 이 분들 하고 다니시는 걸 보면 그리 착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뭔가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다. 하긴 하고 다니는 모습이 Eric Clayton쯤 되면 독실한 신자보다는 사이비 교주(바늘 싹 뽑은 핀헤드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에 가까운 이미지일 테니 나만 그렇게 망설이는 건 아닐 거라 짐작한다. 흔히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라고 알려져 있지만 Dream Theater와는 참 많이도 다른 음악인지라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오페라틱하다는 말이 그래도 제일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당연히 Nightwish류의 소프라노 보컬을 내세운 음악은 아니고, 오히려 Eric Clayton은 나지막한 바리톤으로 묵시록을 읊어대는 스타일에 가깝다. 말하자면 고쓰에 더 어울릴 법한 보컬인데, 퇴폐는 아니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의 타락을 이런 목소리로 얘기하는 것도 잘 어울린다. 물론 이런 면모는 밴드의 출세작인 “Legend” 트릴로지에서 훨씬 두드러지지만, 그래도 더 메탈스럽고 싱글 하나하나가 존재감을 뽐내는 건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일단 “Legend” 트릴로지는 곡들이 잘 끊어지지 않기도 하고). 빼놓을 곡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이 밴드는 Eric Clayton의 광기어린 보컬이 폭발하는 곡이 가장 매력이 아닌가 싶다. ‘Jejus Christ’를 듣자면, 이 아저씨가 앨범에서 맡은 역할이 예수님인지 적그리스도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Massacre,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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