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포크를 들어야 한다고 누가 그러길래 포크 앨범을 찾으려다 언뜻 눈에 띄지 않아 고르다보니 잡힌 앨범이지만 사실 이 앨범을 마냥 포크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그래도 Lucy Rose의 데뷔작은 충분히 훌륭한 피메일 포키의 앨범이기도 했고, 어쿠스틱 포크는 아니지만 이 앨범도 사실 익숙한 스타일을 Lucy Rose 식으로 풀어내는 앨범이란 점에서는 동일하다. 뮤지션 본인의 야심찬 선택이었는지 어쿠스틱 포크만으로는 매상에 문제가 있겠다 생각한 레이블의 생각이었는지 이 앨범에서 Lucy는 일렉트릭 기타를 위시해 이런저런 효과음(내지 일렉트로닉스)를 보여주지만, 그 자체로만 보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뭐 따지자면 Beth Orton이 일찌기 다 보여준 모습이니까.

그래도 앨범은 여전히 빛나는 부분이 있다. 앨범에 별로 없는 데뷔작 스타일의 포크 넘버인 ‘Into the Wild’나 그림자진 분위기가 인상적인 ‘Nebraska’는 물론이고, 분명 호오가 갈릴 ‘For You’도 뜬금 아프로비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단정한 분위기가 있다. 그 아프로비트가 내 귀에는 왜 노래방에서 갑자기 디스코 버튼을 눌렀을 때 터져나오는 비트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물론 그만큼 방정맞다는 뜻은 아니다). 데뷔작보다는 분명 조금은 구태의연해 보이는 방식의 팝송 또는 차트친화적인 인디팝 넘버인 ‘Like an Arrow’ 등도 귀에 잘 들어오는 건 분명하니만큼 아쉬운대로 즐길거리는 분명하다. 간만에 들어보니 꽤 청량했다. Mysticum 듣다 꺼내든 영향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Son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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