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면 Panzerfaust라는 이름도 많은 밴드들이 쓸 법한 이름인데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 밴드와 Blutreinheit에서 컴필레이션 한 장이 나왔던 향상심 없어뵈는 음악의 프랑스 블랙메탈 밴드가 유이하다…만, 이 캐나다 밴드는 그 프랑스 밴드와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니만큼 Panzerfaust는 그냥 캐나다 블랙메탈 밴드라고 기억하는 게 더 편리하겠다. 이름답게 2차 대전을 주 소재로 써먹는 블랙메탈 밴드인데, 아무래도 Marduk과는 시절을 달리하는 밴드인지라 그렇게 달리는 스타일을 Deathspell Omega풍으로 뒤트는 구석이 있고, 미드템포로 분위기 잡는 부분은 사실 캐나다보다는 폴란드 블랙메탈(굳이 하나를 짚는다면 Mgla)에서 흔히 찾아볼 만한 모습이 있다. 당장 첫 곡인 ‘Promethean Fire’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걸리더니 부클렛에 Marsha Arkhipova(Arkona)의 이름이 있더라.

그래도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곡은 역시 ‘The Snare of the Fowler’이다. 달리 말하면 가장 Mgla 생각이 많이 나는 곡인데, 리프보다는 적당한 멜로디와 간혹 등장하는 그루브, 느슨할 때쯤 등장하는 블래스트비트 등 곡을 이어 나가는 방식에서 그렇다. 보컬도 전형적인 블랙메탈 보컬보다는 가끔은 슬럿지에 어울릴 법한 목소리도 등장하는지라 저 ‘그루브’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사실 이런 류의 블랙메탈에서 그루브 얘기가 나오는 건 그만큼 질주감을 갉아먹었다는 얘기와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이 밴드는 블랙메탈 밴드가 보기 드물게 그루브를 ‘바람직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다. 테크닉도 Eisenwald에서 앨범 내는 밴드들 가운데서는 단연 첫손가락이 아닐까 싶다. 하긴 여기 Ildjarn 앨범도 나오는 곳이니 여기서 테크닉 1등먹는 게 그리 칭찬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Eisenwald, 2020]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