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메탈을 아는 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지독한 농담을 남긴 Witch Taint의 데뷔작. 설마 저 이름으로 밴드를 정말로 만들겠냐 하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었다면 우리의 Dave Hill은 그네들의 상상을 넘어서는 개그맨이었음이 밝혀진 셈이다. 일단 Immortal을 뒤틀고 있는 앨범명은 물론이고, 밴드의 멍청한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내고 있는 커버도 그런 짐작에 충분히 부응한다. 다만 앨범을 돌려보기 전에 부클렛을 들춰보면 이 희대의 코미디 앨범에 Chris Reifert나 Malphas 같은 진짜 ‘네임드’들이 참여하고 있는 게 눈에 걸린다. 이거 코미디 아니었나?

그렇게 만들어진 앨범은 분명 코미디는 맞긴 하지만 담겨 있는 음악의 수준이 우스운 건 아니다. 오히려 블랙메탈은 물론 헤비메탈, 펑크(아무래도 Misfits풍), 바이킹메탈 등 다양한 장르들의 스타일을 기묘하게 뒤틀어 코미디로 만드는 모양새는 이 밴드가 얼마나 장르의 클리셰들을 잘 알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뭐 그리고 그 모든 걸 떠나서… 곡 자체가 매우 ‘웃긴다’. ‘Ready 4 Lvv’ 같은 곡의 소울풀한(그리고 능글맞기 그지없는) ‘파워 발라드’ 섹션을 듣다가 나오는 다음 곡에서 등장하는 너 블랙메탈할 준비됐냐? 가사를 마주하면 이거 녹음하느라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도 그럴듯하지만 엄청 웃겼을 것 같다. 하긴 애초에 앨범에 안 웃긴 곡이 하나도 없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우리의 Lance와 함께하고 있는 멤버의 이름은 ‘Matthias Backwards’인데…. Matthias를 거꾸로 하면 Saihttam, Planet Satan Revolution의 주인장 이름이다. 설마 그 본인인가?

[Tee Pee Record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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