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on으로 그래도 (한 줌의)네오프로그 팬들에게는 조금 이름이 알려진 Oliver Philipps는 커리어가 멜로딕/프로그로 점철되어 있을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간혹 블랙/데스메탈 밴드에도 연주를 빌려주곤 했다. 뭐 결과물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Oliver 본인도 프로그레시브 외의 음악에 아예 담을 쌓은 것은 아니었으니 가능했을 일이라 짐작한다. 앨범이 몇 장 안 나와서 그렇지 Oliver는 1995년부터 고딕메탈 밴드 Danse Macabre의 멤버로 활동했고, 장사가 안 됐는지 2004년부터 밴드는 Satyrian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 갔다. 하긴 저런 이름으로는 아무래도 생상스의 교향시를 검색순위에서 이길 수가 없다.

그렇게 나온 앨범은 사실 나쁘지는 않다. 어쨌든 고딕메탈인데 레이블이 Lion Music인 게 이색적이지만, ‘The Bridge of Death’ 같은 곡은 고딕메탈이 아니라 Ayreon 생각까지 날 지경이니 이상할 일까지는 아니다. Oliver는 여전히 깔끔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이고 있고, Tristania를 많이 참고했을 스타일은 어쨌든 멜로디만 잘 뽑아낸다면 무난하게 듣기는 문제없을 것이다. 이미 이런 스타일이 너무 흔해져버린 2006년이었지만 보컬이 4명이나 되는 밴드는 흔치 않았을테니 그걸 나름의 개성이라 할 수 있을지도. 사실 Lion Music에서 가끔이라도 그로울링이 나오는 앨범이 나왔다는 자체가 신기할 일이기도 하고.

[Lion Music,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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