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finite Fields”는 좀 산만하게 들린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인 듯하나 사견으로는 산만하기보다는 그만큼 많은 아이디어를 우겨넣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하는 게 더 알맞을, 데뷔작으로는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앨범이었다. Fallujah 스타일의 리프에 이 장르 특유의 적당한 싼티가 묻어나는 톤의 오케스트레이션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다. 말하자면 데뷔작스럽게 아쉬움이 없진 않으나 기대감만큼은 충만한 테크니컬 데스 유망주였던 셈이다. 벨라루스 테크니컬 데스라니 더 눈에 띄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 데스도 장사가 안 되는데 벨라루스 데스가 장사가 되나?
“Immersion”은 좀 더 나아갔다. 전작과의 두드러진 차이점이라면 전작의 묘하게 싼티나는 심포닉이 신스웨이브에 가까울 신서사이저 연주로 대체됐다는 점이고, 덕분에 일부 곡에서는 Aborym이 “Fire Walk with Us!” 시절 보여준 뿅뿅이 사운드를 좀 더 웅장하게 만든 스타일도 발견할 수 있다. 간혹 신서사이저에 리버브를 머금은 솔로잉을 얹어내는 모습에서는 Riverside(폴란드 그 분들 맞음)의 덜 메탈스러웠던 시절 – 하긴 Riverside가 1집 빼고 메탈스러운 적이 있었나 –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등장한 앨범은 테크니컬 데스 앨범으로는 보기 드물게 ‘ethereal’한 면모가 돋보이는 음악이 되었다. 덕분에 클래식한 맛은 없지만 즐길거리들은 확실하다. ‘Simulacra’ 같은 곡을 데스메탈 사이에 어울리게 끼워넣을 수 있는 밴드는 별로 없을 거다.
[Blood Music, 2018]
오.. 이런 스타일도 들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한창 2010년도 초중반무렵에 부루탈, 테크데스 쪽 밴드들 돈이되어서 그런지 레이블들이 똑같은밴드들 마구 찍어내던 즈음에 관심이 많이 사라졌는데, 지금 남은 밴드들은 그래도 붐이 좀 죽고 나서 나오니 괜찮겠다 싶기도 하네요.. 앨범커버도 한창 유행하던 스타일로 고른 것 같은데.. 오히려 grimloch 님이 괜찮다 하시니 더 들어볼 만 하겠습니다 ㅎㅎ
이와 별개로 근래 수습을 마치고 시청역 쪽에 있는 회사로 옮기게 되었는데, 여기나 서초나.. 어쏘들은 (비교적)박봉에 갈려나가는 운명인가 싶어 좀 회의감이 드네요. 결국 회사라는 조직은 동일하니 제가 직장생활 하던 때 불만을 가졌던 구조적 문제도 로펌이라는 조직에서도 유사하고, 자격을 딴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가 뭘 위해 몇년을 고생했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냥 좋아하는 음악이나 들으면서 밴드하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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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Blood Music을 되게 좋아하다보니 장르에 상관없이 구한 밴드이긴 한데 들어보니 저는 꽤 맘에 들었습니다. 원래 Cynic이나 Mekong Delta는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뭐 그대로 테크니컬한 음악을 듣고 싶으면 테크데스보다는 다른 장르를 찾아보는 게 사견으로는 더 낫다 싶긴 합니다. 듣다 보면 사실 왜 저렇게 테크니컬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경우들이 꽤 되죠.
시청 쪽이시면 저하고 멀지 않은 곳에 계시겠네요. 수습기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당장 고생이 끝나실 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수습기간이 끝났으니 일단 심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더 나은 생활 이어지셨음 좋겠습니다. 뻔한 인사입니다만 건승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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