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출신 3인조 둠메탈 밴드… 정도가 보통 하는 얘기이긴 한데, 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둠메탈이긴 하지만 사실 많은 스타일들이 뒤섞여 있는 음악이다. 블랙메탈적인 부분도 있고, 고쓰 물 진하게 머금은 다크웨이브 정도의 사운드도 있고, 당연한 것처럼 때로는 포스트펑크(라기보다는 Joy Division)도 등장하고, 이런저런 장르를 태연자약하게 뒤섞으려다보니 자연스레 복잡해진 구성에서 프로그레시브를 연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Margarita Dunwich의 보컬을 Cadaveria와 비교하는 이들도 있는 듯한데, 아무래도 음악 스타일이 스타일이다보니 그보다는 Madder Mortem 같은 밴드와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만, ‘Through the Dense Woods’에서 늑대 소리가 들려오고 거미줄 사이사이에 벌레들이 기어다니는 음침한 숲을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은 또 바뀐다. 벌써 이 밴드를 어떻게 설명할지에 제대로 실패하고 있는 글쓴이의 모습이 드러난다.

확실한 건 밴드가 이 모든 스타일들을 앨범에서 일관된 분위기로 제대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Through the Dense Wood’의 때로는 신경질적이기까지 한 블랙메탈이 ‘Solitude’의 멜랑콜리로 이어지고, 앨범에 감도는 묘한 사이키델리아는 아트록 밴드의 면모를 완전히 떨쳐내기 이전의 Deep Purple의 모습까지 생각나는 ‘Mouth of Darkness’의 고색창연한 오르간 연주와 맞물려 꽤 인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그러고 보면 ‘Tale-Tied Heart’라는 앨범명 자체가 Edgar Allan Poe를 이용한 말장난 아닌가? 던위치 호러와 고자질하는 심장을 알고 있는 메탈 팬이라면 이 앨범을 싫어할 리 없을 것이다. 일단 내가 아주 좋게 들었다.

[Caligari,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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