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Enslaved는 적어도 “Below the Lights”부터는 블랙메탈보다는 본격 프로그 밴드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었고, 20세기에 연주했던 바이킹의 기운은 (간혹 리프에서 묻어나는 사례는 있었지만)이후로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Amon Amarth를 마치 바이킹메탈의 전형적인 사례처럼 얘기하곤 하는 요새를 생각해 보면 애초에 Enslaved의 바이킹메탈은 근육 불끈불끈 스타일과는 좀 거리가 있는 편이었고, 그나마 그런 바이킹 물마저 거의 다 빠져 버린 21세기의 Enslaved를 바이킹메탈이라 소개하는 건 그리 적절한 설명은 아니다. “Below the Lights” 이후의 Enslaved는 바이킹보다는 Pink Floyd 얘기를 덧붙이는 게 더 어울리는 밴드다.
그런 면에서 “Utgard”는 간만에 바이킹…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포크 바이브가 꽤 강하게 – 아무래도 앨범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 들어간 Enslaved의 앨범이고, ‘Fires in the Dark’ 같은 곡에서는 기본적으로 멜랑콜리하고 꽤나 괴팍하긴 – 가끔은 Ved Buens Ende 수준 – 하지만 그래도 땀냄새 묻은 바이킹의 인상도 만날 수 있다. 그러다가도 ‘Sequence’나 ‘Urjotun’의 일렉트로닉스를 마주하면 그래 이 분들이 바이킹은 아니었지…하는 현실을 다시 깨닫는다(“Isa”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한다). 사실 ‘Sequence’의 댄스 그루브는 좀 당혹스럽기까지 한데, 그래도 ‘Flight of Thought and Memory’의 Enslaved 클래식은 그렇게 당황한 팬들을 다시 불러모으기에 충분하다. Ivar도 있지만 다른 멤버들의 클린보컬도 간지로는 떨어지지 않음을 알려주는 코러스들도 귀에 남는다. 이래저래 참 많은 모습들을 흥미롭게 담아낸 앨범인 건 분명하다.
[Nuclear Blas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