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yhaven(그 메탈코어 밴드 말고)의 유일작을 꽤 좋아한다. 사실 커버도 좀 그렇고 음질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만큼 ‘스페이스한’ 느낌의 키보드 연주를 잘 보여준 밴드는 이 장르에서 이후에도 그렇고 이전에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다른 밴드를 끌어오자면 “Disconnected” 시절 Fates Warning에 Rush를 꽤나 의식했지만 공간감 넘치는 키보드를 얹어낸 음악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장사가 될 리는 만무했고, 그 키보드 치던 Ethan Matthews는 이후 수 년의 와신상담 끝에 Echo Us라는 이름으로 음악계에 복귀해서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판매고를 무릅쓰고 지금껏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름을 바꿔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Greyhaven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지는 키보드다. 그래도 Greyhaven이 메탈이었다면 Echo Us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성을 많이 빌어온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음악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Mike Oldfield의 톤으로 연주하는 Genesis풍 네오프로그를 따라한 일렉트로닉 음악(복잡하다 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11분에 육박하는 ‘Her Heart’s Army/White Wednesday’는 아무래도 그런 경향 하에서만 나올 수 있을 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Greyhaven이 망해서 그런지 사운드의 톤은 Greyhaven보다도 더 어두운 면이 있는데, Greyhaven이 약간 ‘어두운 우주’ 느낌이었다면 이 앨범은 우주적인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 아마 Ethan의 자전적인 앨범이 아닐까 짐작하는데, 어쨌거나 나는 꽤 즐겁게 들었다. Echo Us의 이름으로 나온 몇 장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아마 대개는 나와는 좀 다를 것이다.

[Absolute Probabilit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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