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글을 올린 김에, “Virus”를 올렸는데 이 앨범을 안 올리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어느 못생긴 이의 의견에 공감하면서 간만에 들어본다.

“Virus”에서 어쨌든 꽤 단정히 잘 짜여진 음악을 들려준 Schizoid Lloyd의 이 정규 데뷔작에 대해 가장 많이 보이는 표현은 ‘avantgarde madness’다. 당장 곡명들만 살펴보더라도 “Virus”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Mr. Bungle 식의 괴팍한 유머가 엿보이고, 좀 더 품을 팔아 밴드가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이 영향받은 뮤지션들이라고 적어둔 것을 살펴본다면 대체 이 양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Frank Zappa나 Ihsahn은 그렇다 치고, Kanye West나 Lady Gaga, Tupac은 대체 어디서 영향을 받은 건지 앨범이 나온 지 6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하긴 이 앨범의 곡명이나 가사들을 보면 이 밴드가 떠드는 얘기에 귀를 너무 기울이는 것도 정신줄을 잡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음악만 두고 얘기한다면 익스트림메탈부터 얼터너티브까지, 이만큼이나 진폭 넓은 사운드를 보여준 메탈 앨범은 이전이나 이후에나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Mr. Bungle풍 테마에 괴팍한 리프, 아무래도 Queen을 참고했음이 분명한 코러스 등을 한 군데 뒤섞은 예를 얼마나 찾을 수 있으려나? 물론 우리는 Diablo Swing Orchestra, Sleepytime Gorilla Museum 같은 동시대의 다른 동네 정신병자들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전자만큼 가볍지도 않고 후자만큼 묵직하지 않은 수준을 지켜가며 이 부조리극을 끌어가는 모양새는 놀랍다, 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Film Noir Hero’ 같은 나름의 ‘발라드’를 덧붙여 두는 모습은 덤이다. 내게는 2014년 한 손에 꼽힐 만한 앨범이었고, 뭐 이런 류의 앨범이 그렇듯이 공감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만 오늘도 꿋꿋하게 권해본다.

[Blood Music,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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