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블랙메탈…이 아니고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역사는 물론 영미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Pagan’s Mind 같은 대표밴드 하나로 퉁치기엔 생각보다 꽤 오래 된 편인데(라고 말하고 보니 무려 Conception을 빼놓은 게 생각나지만 일단 넘어가자), 그래도 아무래도 이 나라의 히트상품은 블랙메탈인지라 90년대 초반, 프록메탈이라는 말장난이 등장하기도 전에 벌써 블랙메탈 물을 꽤 많이 먹은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동시대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나름의 색깔을 보여준 편이라 할 수 있겠다. Minas Tirith도 그런 면에서 나름 돋보였던 밴드라고 할 수 있을진대, 데뷔작은 사실 프로그레시브보다는 블랙메탈로 분류되기도 하는 앨범인만큼 꽤 자연스러운 귀결일는지도 모르겠다.
“Dissertation Prophetae”는 밴드의 3집인데, 그래도 스래쉬/데스의 기운이 리프에 남아 있던 2집까지의 모습을 뒤로 하고 조금은 의외일 정도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다. 일단 ‘익스트림’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고, 때로는 Radiohead같은 부분도 나올 정도로 사운드의 진폭도 넓어진 편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의외로 드라마틱과는 거리가 멀다 못해 좀 밋밋한 곡들은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편은 아닌데, ‘God of Gods God’ 같은 곡을 듣자면 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니 이렇게 단조롭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꽤 청명하게 깔아주는 피아노를 듣자면 여기에 깨끗하고 ‘전형적인’ 스피드메탈 스타일 보컬만 얹었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돋보이는 곡도 없지만 빠지는 곡도 없었던지라 못내 아쉬운 그런 앨범.
[Facefront,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