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tanized”의 대실패 이후 꽤 오랜 와신상담을 통해 일신한 모습을 보여준 Abigor이지만 “Satanized”의 빅똥을 잊지 못한 많은 이들이 이후 1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아직 Abigor에 다시 기회를 주지 못하는지 밴드에 대한 기대는 지금까지도 예전의 위용만은 못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Satanized” 이후 Abigor가 낸 앨범들은 – “Satanized” 이전과도 다른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 어느 하나 떨어지는 곡이 없었고, 앨범마다 조금씩 방향성을 달리해가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 왔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보니 “Shockwave 666″이라는 “Satanized”에 못지않은 망작이 하나 있지만 2곡뿐인 7인치이니 못본 척 넘어가고.
“Totschläger (A Saintslayer’s Songbook)”는 간만에 밴드의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앨범이다. 물론 예전 Abigor 스타일만은 아니고, “Fractal Possession”의 Deathspell Omega풍이나 “Time is the The Sulphur In The Veins Of The Saint”의 Dodheimsgard식 데스메탈(“Satanic Art” 시절의), “Leytmotif Luzifer”의… 기본적으로 Deathspell Omega 스타일이지만 좀 더 공간감을 살린 류의 스타일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간만에 등장하는 심포닉. ‘Gomorrah Rising – Nightside Rebellion’의 노르웨이 심포닉블랙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릴 법한 호기어린 – 만큼 사실 그리 클래시컬하지는 않아서 의외인 – 사운드를 반가워할 만한 이들이 꽤 많이 떠오른다. 아마도 올해의 앨범의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
[World Terror Committe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