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lancolia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사실 별로 없다. 일단 이 한 장 외에 감감 무소식인 원맨 프로젝트이고, 이 프로젝트를 굴리는 Eric Saumier의 이름도 생소하고, 이미 2005년은 심포닉블랙을 찾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시점이었다. 아무래도 이 정도의 심포닉블랙 앨범이 알려지지 않으려면 그런 여러 가지 사정들이 겹쳐야 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렇게 묻히기에는 많이 아쉬운 앨범이었고, 키보드 연주만 두고 생각한다면 Sirius 이후 이만큼 키보드를 잘 사용한 심포닉블랙 밴드가 있었던가 싶다. 사실 그렇게 잘 달리는 스타일은 아니고 분위기 위주의 전개를 가져간다는 점에서는 그냥 다크 메탈 정도로 표현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일관된 분위기의 앨범이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면 곡마다 세세한 들을거리들도 풍성하다. 블랙메탈에서의 키보드의 용례를 망라하는 듯 화려한 연주를 보여주는 ‘The Taste of You’도 있지만, 극적인 구성이라는 측면에서는 ‘Les Étoiles Aspirent Ma Vie’이 좀 더 나아 보이기도 하고, ‘Spiritus Ubi Vult Spirat’ 같은 곡에서는 이 ‘예쁘장한’ 심포닉으로 과장 좀 섞으면 Profanum 같은 밴드가 잘 하는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도 있다. 다양한 디테일들을 떠나서 사실 멜로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앨범이기도 하다. 블랙메탈 앨범이지만 들어본 이들의 평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beautiful’이니, 여기까지 읽고 기대감이 생겼다면 아마도 만족할 것이다. 요새는 한 9만원 하는 것 같던데 그 돈 주고 사라는 얘기는 차마 못하겠지만 두고 들을 앨범 정도까지는 충분히 된다.

[Winterart,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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