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해외음악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지구레코드에서 나왔던 메탈 앨범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 뽑혀 나온 재발매반의 사례라면 이 King Diamond의 데뷔작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앨범 자체가 희귀한 거야 아니지만 일단 ‘The Lake’와 ‘No Present for Christmas’가 모두 실려 있는 몇 안 되는 버전이라는 점이 그렇고(이와 똑같은 수록곡으로 나온 Metal Mind반은 이제 50유로를 호가한다), 지구레코드반이 늘 그랬듯이 여타 라이센스반보다도 저렴하게 나왔고, 그러면서도 꽤 늦어진 재발매 시점 덕분인지 레이블의 고질병이었던 안타까운 부클렛 인쇄 퀄리티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No Present for Christmas’는 원래 이 앨범 수록곡은 아니지만 매년 이맘 때쯤에는 이 앨범을 한번은 돌려보게 되었다. 꼭 누가 선물 안 줘서 그랬던 건 아니다. 각설하고.
이 밴드가 늘 그랬듯이 이 데뷔작도 컨셉트 앨범이지만 아무래도 Mercyful Fate의 느낌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앨범이어서인지 밴드의 다른 앨범들과는 조금은 이질적이다. 그렇지만 좀 더 오밀조밀한 리프의 맛이 살아있는 Mercyful Fate에 비해서 이 데뷔작은 좀 더 ‘creepy’한 톤(어쩌면 그냥 리버브를 좀 더 많이 먹인 것일지도)의 스피드메탈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준다. 물론 ‘Dressed in White’의 Iron Maiden 뺨치는 트윈 기타는 이 밴드가 단순한 스피드메탈은 절대 아니었고, 보컬 이름 걸고 하기에는 멤버들의 역량이 참 뛰어났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다. “Don’t Break the Oath”에 비교해서 그렇지, 사실 충분히 씨어트리컬한 앨범인 것도 맞다. 커다란 이야기를 풀어가는 컨셉트라기보다는 곡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류의 컨셉트의 앨범이다보니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크리스마스에는 일청을 권한다.
[Roadracer, 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