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데스메탈 밴드의 작년 1집. 원래 2019년에 EP가 하나 나왔었다고는 하나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데, 꽤 여러 곳에서 이런 데스메탈은 처음 들어본다! 식으로 혀를 내두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그네들의 말만큼 근본 없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저런 웹진들이 얘기하듯 ‘기존 데스메탈의 문법과 리프들을 해체하여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고까지는 아니고, 리프에서 러브크래프트 테마를 기묘하게 풀어나가다 슬슬 Gorguts풍 테크니컬 데스 물을 먹어가고 있는 Portal(굳이 따지자면 “Vexovoid” 시절의)을 떠올리다가, 데스 인더스트리얼을 의식했을 법한 부분에서는 The Axis of Perdition도 아마 의식했을 것이다. Anaal Nathrakh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막상 딱 잘라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음악이다. ‘Monastic Tomb’이나 ‘Edifice’에서는 의외로 클래식한 데스메탈의 면모도 발견할 수 있고, 인더스트리얼과 묵직한 베이스가 자아내는 음침한 분위기(내지는 Portal풍 코즈믹 호러)를 혹자는 둠이라고도 얘기할 법하다. ‘Concrete Inferno’에서는 Gorguts 물을 본격적으로 먹기 좀 이전의 Portal의 모습(아무래도 “Outre'”의 블랙메탈풍)도 엿볼 수 있다. 결국 다양한 스타일을 관통하는 건 밴드 특유의 방식으로 변주된 코스믹 호러이고, 적어도 그 분위기가 꽤 멋들어진다는 얘기만은 확실히 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Portal보다는 좀 편하게 들었다.

[Sentient Ruin Laboratorie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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