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itzkrieg Baby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Porcus Norvegicus”는 Kim Solve만큼이나 드럼 세션인 Bjeima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 앨범이었고, 뭐 경력으로 인정받아 들어간 건 아니었겠지만 Bjeima는 Fleurety의 세션으로 노르웨이 메탈 씬에 이름을 디밀기 시작했으니 실험성 짙은 노르웨이 재야의 실력파 뮤지션! 정도로 표현하기 부족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씬에 등장한 Bjeima는 Kim Solve와 함께 음침하기는 블랙메탈이라고 하기에 부족하지 않지만 정작 그렇게 부르자니 뭔가 주저하게 되는 묘한 스타일들을 계속해서 선보여 왔다. 그러니 본인에겐 유감스럽겠지만 Kim Solve와 떼어놓고는 별로 얘기할 게 없어지는 뮤지션인 셈이다.
Yurei는 Bjeima의 프로젝트들 중 Kim Solve가 참여하지 않은 매우 드문 사례인데, 레이블이 Kim이 운영하는 곳임을 생각하면 이게 진짜 Bjeima만의 음악이다!라고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21세기에 노동계급 유령 같은 이름을 붙이는 패기를 믿고 앨범을 돌려보면 원맨 밴드치고는 꽤나 정교하게 세공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Ved Buens Ende나 Virus, Fleurety를 짙게 의식한 리프들이지만 곡의 구성들이나 사운드의 배치는 전혀 메탈적이지 않다. 때로는 빅 밴드나 RIO(내지는 Sonic Youth의 괴팍한 시절), 때로는 Angelo Badalamenti풍 영화음악에 가깝기도 하다. 말하자면 일찌기 Ved Buens Ende가 정립한 컨벤션을 블랙메탈 외의 영역으로 확장한 듯한 스타일인데, 그렇다 보니 이걸 좀 더 시네마틱하게 변주한 King Crimson의 아류라고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둠이나 블랙메탈 딱지를 달고 이런 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대단한 개성이라 생각한다.
Ved Buens Ende에서 시작됐을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어떤 계보학을 논한다면 반드시 짚어봄직한 앨범이다. 문제는 저 계보학이 블랙메탈 중에서도 특히나 인기없을 만한 영역을 다룬다는 점이고, 특히나 이 앨범은 메탈처럼 생겼지만 정작 메탈 앨범은 아니라는 점이 더욱 걸린다.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만큼은 분명한 앨범이니 머리쓸 일 없는 날에 일청을 권해본다. 머리쓸 일 없는 날에.
[Adversum,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