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주년 기념 투어 같은 건 Rolling Stones 같은 어르신들이나 하는 줄 알았는데 Hawkwind도 급기야 작년에 돌았던 50주년 투어 라이브앨범이 나와버렸다. 뭐 Rolling Stones가 어쨌든 나이가 있다보니 신보는 안 나오고(“Blue & Lonesome”을 신보라긴 좀 그렇지 않나?) 흘러간 클래식들을 리바이벌하면서 이어가는 밴드에 가깝다면 Hawkwind는 가끔 노환으로 투어를 쉰다는 뉴스가 들릴지언정 쉬지 않고 매년 신보를 내고 있다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만큼 50주년 라이브를 대하는 느낌도 좀 다르다. 뭐 젊은 피 수혈이 있긴 했지만 어차피 예전부터 Hawkwind는 Dave Brock의 밴드고, 일단 알려진 유명 멤버들은 많이들 돌아가셨으니까.

선곡은 당연히 나쁘지 않다. 일단 매년 신보 내는 어르신들인만큼 2019년작 “All Aboard the Skylark”에서도 다섯 곡을 골랐는데, 이 들어보지 못한 2019년작의 곡들부터가 괜찮은데다 자리는 부족하지만 밴드의 기나긴 커리어에서 나름 고르게 곡들을 골라냈다. 눈에 띄는 건 ‘The Watcher’인데, 부를 수 없는 Lemmy 대신 Phil Campbell을 게스트로 불러(‘The Welsh Wizard!’)내는 모습이, 노회했지만 여전히 정력적이고 유쾌한 공룡을 보는 듯한 느낌이 있다(삑사리 몇 번 나긴 했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Electric Tepee”의 팬으로서 ‘The Right to Decide’가 들어 있는 것도 반갑다. 공연을 갈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Master of the Universe’까지 듣고 나면 이 분들 라이브도 엄청 재미있겠구나, DVD를 사자! 하는 생각이 드니 라이브앨범으로서는 목적을 초과달성하는 게 아닐까. 물론 이 글을 쓰는 이가 이미 더없이 관대하게 앨범을 듣고 있으니 이 글은 리뷰로서는 아마 용도폐기 수준이겠지만.

… 그런데 당연히 같이 나왔을 것 같던 DVD가 안 나왔더라. Cherry Red가 돈냄새 맡는 데는 나름 기가 막힌 곳인데도 이러니 아마 밴드의 뜻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그래, 이 분들 돈 버는 데는 재주 없었다.

[Cherry Red,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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