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부터 무법자로 보이고자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던 Blackie Lawless가 사실 이미지보다 훨씬 지적인 인물인 걸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Inside the Electric Circus”가 덜 팔려서 그랬는지 서른 넘어서도 전미 최고의 양아치 록스타이고 싶지는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The Headless Children”부터 Blackie는 본인이 Dee Snider나 동시대의 푸들 머리 사나이들과는 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 Tipper Gore 여사가 보기에 Dee Snider나 Blackie Lawless나 미성년자에게 해로워 보이기는 똑같았을테니 양아치가 ‘의외로 똑똑한’ 양아치로 바뀐 정도였을지도 모르겠다.
“The Headless Children”은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 있는 앨범이다. 물론 이전의 모습보다는 이후의 모습에 치우쳐 있긴 하지만 이전의 난삽한 ‘양아치’의 모습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좀 더 거친 메탈헤드의 기운이 더해졌다. 그런 면에서 앨범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곡은 아마도 ‘The Real Me’겠지만, 앨범을 대표하는 곡은 ‘The Heretic’이나 ‘Thunderhead’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좀 더 빨라지고 묵직한 리프와,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가운데 가끔은 기괴한 분위기의 건반까지, W.A.S.P.의 초창기와 이 앨범 이후 시기의 덕목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그러니까 사실 많은 이들이 보통 밴드 최고의 걸작으로 꼽는 게 “The Crimson Idol”이라지만, 그 앨범의 과장된 드라마틱과 ‘록 오페라’답게 (변주되긴 하지만)반복되는 테마가 조금은 지겨웠던 단순한 메탈헤드로서는 정작 좋아하는 건 이 앨범이지 않았을까? 사회비판적 테마를 다룬 의미있는 앨범 식으로 얘기한다지만 사실 단순한 메탈헤드로서는 그냥 충분히 극적이면서도 멜로디 다채로운 힘있는 헤비메탈 앨범이었다는 게 더 중요했을 것이다. 앨범 커버의 저 정치인들 얼굴이 앨범을 구하고 10년 넘게 지나서야 눈에 들어왔었으니 말이다. 참 단순했지만, 그래도 좋은 앨범에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추억팔이 제대로네.
[Capitol,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