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시절 Invasion이나 No Fashion, Wrong Again 등에서 나온 수많은 스웨디시 밴드들의 앨범들 가운데 보기 드물게 Dissection 스타일을 따라가지 않은 어느 멜로딕데스 밴드의 데뷔작. 하지만 대신 In Flames를 충실하게 따라갔으니 개성적이거나 실험적이라는 말과는 도통 인연이 없었다. 인터뷰에 의하면 데스메탈을 좋아했지만 연주는 하나도 할 줄 몰랐던 10대 다섯 명이 제비뽑기로 악기를 정하고 시작한 밴드였으니 어찌 보면 이렇게 앨범을 내는 거 자체가 참 용썼다고 어깨를 두드려 줄 일일지도.
그렇다곤 해도 사실 빈말로라도 연주 잘한다고 얘기해 줄 정도는 아니다(물론 멜로딕데스 밴드 치고). 솔직히 Johan Reinholdz 같은 이라면 이 밴드의 트윈 기타와 같이 멜로딕데스 기타라 불린다면 좀 싫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인데, Nonexist라면 짧지만 테크니컬한 솔로 한 소절 들어갔을 타이밍에 의연하게 트레몰로를 긁어주는 모습은… 뭐 멜로디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 그냥 뚝심이라 해줘도 되려나. 그래도 단순한 리프 사이사이에 적당히 곁들이는 키보드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모습(이를테면 ‘Shades Embrace’)은 1996년, 이 과문한 경력의 밴드가 어떻게 레이블의 선택을 받았는지 짐작케 하는 구석이 있다. 이젠 그래도 레어하다고 60달러에 이 앨범을 사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니 밴드 본인들이야 생각이 많이 다르겠지만 그런 모습이 뒤늦게나마 나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고로 이 밴드에서 보컬과 드럼, 키보드를 맡았던(제비뽑기의 대실패였는지) Mattias Holmgren은 그 뒤로도 열심히 기량을 연마하여 급기야는 (오래는 아니었지만)멜로딕 파워메탈 밴드의 키보디스트로 몸담기까지 이르렀으니 역시 부단한 노력이 성과를 가져온 모범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다. Supreme Majesty 얘기다.
[Invasion,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