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der from Chaos의 Chuck Keller의 사이드 프로젝트. 뭐 Ares Kingdom과 Order from Chaos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사람인지라 EP 두 장만이 나왔던 프로젝트이고, 그나마 당산동 해머하트가 살아있던 시절 수입됐을 이 EP는 사는 사람마다 족족 팔아치웠는지 꽤 오랫동안 국내 중고시장에서 보였던 거로 기억한다. 비슷한 시기 역시 이런 처지에 있었던 앨범으로 Root의 “Kärgeräs”가 있었는데, Root의 앨범이야 그 성의없는 커버를 극복하고 들어본 사람들의 호평을 간혹 들을 수 있었던 반면 Vulpecula의 앨범은 별로 들어봤다는 이를 만나볼 수가 없었다. 그러니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직접 돈 주고 사서 듣는 방법뿐이었고, 그렇게 손에 들어온 이 앨범은 다시 중고시장으로 나가진 않았지만 다시 플레이어에 들어가는 일도 꽤나 드물었다. 그러다가 요새 들어는 보고 내놓는 건지 별 해괴한 밴드들까지 재발매선상에 올려두고 있는 NWN!이 이 앨범을 재발매했다고 하니 간만에 들어본다. 언제 마지막으로 들어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랫만에 들어봤지만 뭐 새로운 감흥 같은 건 물론 없었다. Endura를 좀 더 싼티나는 풍으로 연주한 듯한 앰비언트 2곡을 제외하면 Bolt Thrower에 좀 더 둠적인 면모를 더한 듯한 데스메탈을 연주하는데, 빠른 템포로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Order from Chaos 류의 블랙메탈풍으로 몰아붙이는 화끈한 데스메탈 스타일을 기대했다면 아마도 실망할 스타일이다. 그래도 Samael의 거친 시절을 연상케 하는 리프의 ‘The First Point of Aries’만큼은 그렇게 실망한 이들이라도 기꺼워할 만한 곡이다. EP 전체를 휘감는 적당히 질척거리는 분위기에 훗날 Ares Kingdom의 모습을 예상케 하는 박력있는 솔로잉이 꽤 잘 어울린다. 말하고 보니 NWN!이 왜 재발매했을까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간만에 재미있게 들었다.
…그런데 오리지널이 아직까지도 10유로 정도에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 굳이 왜 또 재발매를 했을까. 또 의문이 시작된다.
[Merciless,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