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 말한다면 Robert Fripp 없는 King Crimson이다. 말하자면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셈인데… 그래도 Jakko Jakszyk를 제외하면 멤버 전원이 정말로 King Crimson의 ‘클래식’ 시절 멤버이기도 하고, Jakko 본인도 커리어 내내 King Crimson의 그림자 아래 활동한(그리고 하고 있는) 인물이니 아쉬운대로 껴줄만 할지도. 뭐 Billy Sherwood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Yes에 비교한다면 이 정도 멤버라면 Robert Fripp이 클래식 멤버들과 함께하지 않는(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 현재 그런대로 만족할 만 하지 않은가 싶다. King Crimson의 공연을 본 적 없는 이로서 그래도 오리지널보다 좀 더 저렴할 이 분들은 더 부르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 물론 부르는 입장이 아니므로 막말하는 거다.

클래식 멤버들이 모인 이상 흥미로운 지점들도 여기저기 있다. 일단 Ian McDonald가 썼지만 정작 녹음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Cat Food’의 Ian McDonald 버전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Moonchild’ 빼고는 King Crimson 데뷔작의 모든 곡을 담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불만이 있다면 “Lizard”에서는 한 곡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 이 멤버들이 밴드를 떠났던 시기들을 생각하면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Let There be Light’나 ‘If I Was’처럼 King Crimson 레퍼토리 밖에서도 일부 선곡이 되고 있는데, 뭐 이분들도 King Crimson 말고도 많은 활동을 해 왔던만큼 그 정도는 자연스러울 것이다. 멤버도 그렇고 King Crimson보다는, King Crimson을 포함한 패밀리 밴드들의 레퍼토리를 나름대로 집대성한 라이브앨범일 것이다.

그래도 앨범의 백미는 ’21st Century Schizoid Man’이다. Jakko가 Billy Sherwood와는 격을 달리하는 뮤지션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Mel Collins의 색소폰에 이어지는 솔로잉에 솔직히 조금 감명받았다. 상으로 오늘은 Tangent 앨범도 간만에 들어봐야겠다.

[Self-financed,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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