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ganini는 밴드명만 보고 무턱대고 다 구하려 들던 천둥벌거숭이 시절 꽤 구하려고 애먹은 밴드였다. 밴드명도 그렇고 리더의 원래 성씨가 정말 Paganini라니 쓸데없는 비르투오소의 그림자가 눈에 씌이고, 라이센스는 커녕 수입으로도 잘 안 보이면서 해설지에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출석체크하는지라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의 위쪽에 자리잡았다. 물론 이름만 Paganini지 하필 Marco Paganini의 포지션은 보컬이었고, 하필 Vertigo에서 나온 ‘충분히 메이저하지만 별로 안 팔리다 나중에 인정받은’ 앨범이었으니 다른 레이블이 재발매를 눈독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맘먹고 구하려고 보니까 생각보다 되게 흔해서 저 위시리스트가 본의 아니게 좀 민망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각설하고.
Paganini의 가장 유명한 앨범은 물론 “Weapon of Love”겠지만, 아무래도 이 80년대 글램 살짝 묻은 헤비메탈 밴드의 가장 메탈다운 앨범은 탑으로 가는 길은 참 멀다고 외치는 바로 이 앨범이라 생각한다. 뭐 메탈다워서 결국 탑으로는 못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곤 해도 정통 헤비메탈이라고 하긴 좀 어렵고, “Weapon of Love”의 은근한 어두움을 걷어내고 Van Halen풍의 흥겨운 로큰롤을 헤비메탈 리프의 질감으로 연주한다고 하면 좀 비슷하려나.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들이 좀 더 트리키한 연주를 보여주는 편이다. ‘Mr.Big Mouth’ 같은 곡은 “Loud and Clear” 시절의 Autograph를 좀 더 테크니컬하게 만든 인상을 주는데, 그러면서도 적당히 그루브하기 때문에 그게 밴드의 개성이라면 개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밴드 최고의 약점은 밴드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저 이름을 달고 테크니컬하지 않다면 솔직히 좀 사기성 짙지 않나.
[Vertigo,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