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그레시브 메탈계 최고의 인맥왕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Arjen Anthony Lucassen이 Ayreon으로 본격적인 인맥왕 행보를 시작하기 전에 몸담았던 밴드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Vengeance를 그렇게만 얘기하긴 사실 좀 아깝기는 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Vengeance는 80년대에 그 시절 차트의 경향을 아마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자연스레 불러오는 나름 희망차면서도 흥겨운 하드록을 연주했고, Udo풍의 불끈불끈함과는 거리가 좀 멀었지만 가끔은 Accept의 어떤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메탈릭한 풍모도 있었으며, 일단 그 앨범들도 CBS에서 나왔을 정도로 메이저와는 담을 쌓았던 밴드도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밴드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튀면서 눈에 띄는 한 장이라면 “Arabia”라고 할 수 있다. 일단 “Take It or Leave It”까지 꾸준하게 유지되던 푸들 메탈 특유의 적당히 멍청해보이는 면모가 사라졌으며(과장 좀 많이 섞으면 “The Headless Children”을 내놓던 WASP마냥 환골탈태하는 수준) Thin Lizzy식의 블루지함을 섞어서 Rainbow풍 리프를 매끈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자면 이런 분들이 어떻게 여태껏 참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하러 이름을 저렇게 지었는지 전혀 중동스럽지 않은 ‘Arabia’의 Ritchie Blackmore풍 솔로잉도 인상적이지만, ‘How About Tonight’의 흥겨운 부기우기 로큰롤 리프에 재즈풍 브릿지를 붙이는 모습에서 훗날의 Ayreon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하긴 과장이긴 하겠구나. 그렇더라도 즐길 거리 충분한 앨범이긴 하다. 네덜란드 80년대 하드록/헤비메탈의 중요한 어떤 한 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CBS,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