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parture Chandelier의 첫 번째 데모…라지만 Akitsa와 Ash Pool의 멤버들이 모여 만든 밴드임이 이미 알려져 있었으니 처음부터 기대는 꽤 많이 모았던 밴드였고, 레이블도 그렇거니와 저 두 밴드도 유행하던 ‘cascadian’ 스타일과는 담 쌓고 있는 류의 밴드였으며, 우리는 이미 Forteresse나 Brume d’Automne 같은 기막힌 블랙메탈 밴드들을 알고 있으니 어쩐지 들어보지 않아도 웬만큼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Napoleonic Black Metal’이라는 밴드의 슬로건도 이런 첫인상에 힘을 더한다. 나폴레옹과 블랙메탈이 뭔 상관이겠냐마는 이미 네오나치 스킨헤드가 발을 담근 많은 밴드들을 알고 있는 마당에 보나파르티스트로 이루어진 밴드가 있더라도 놀라울 건 없을거다. 물론 이 밴드가 보나파르티스트라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않고 넘어가자.
데모답게 음질은 Akitsa나 Ash Pool의 그것보다도 더 거칠지만(하긴 Ash Pool은 비슷한 부류의 밴드들에 비해 음질이 좋은 편이었다), 블랙메탈 데모다운 자욱한 분위기를 뿜어내기에는 충분하고, 앨범 중간중간 삽입된 Akitsa풍 앰비언트와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밴드의 특징이라면 앰비언트를 소품으로보다는 블랙메탈 곡의 한 부분을 이루는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런 면에서 간혹 템포 다운한 초창기 Emperor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다. 이를테면 ‘The Black Crest of Death, The Gold Weath of War’ 같은 곡이 그러한데, Tour de Garde의 많은 건조한 스타일의 밴드들이 키보드의 사용으로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를 짐작케 해 준다. 물론 반복적인 리프가 가져오는 최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 분위기를 즐기다가 ‘Consecrating the Flame of Resistance’에 이르면, 과장 좀 섞으면 내가 이래서 블랙메탈을 듣기 시작했었지 하는, 예전 언젠가 받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감명받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Tour de Gard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