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멤버 전원이 여성인 최초의 스래쉬메탈 밴드 정도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일단 이 유일작이 대단히 시원찮고, 그렇다고 외모로 어필할 만한 밴드도 아니었던만큼 이 밴드가 이름을 알릴 이유는 하나도 없어뵌다. 시절은 1984년, Girlschool이 나름의 히트를 거둔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레이블이 기회를 보고 만든 기믹 밴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이미 우리는 Metal Enterprises를 통해 B급 미만의 레이블들이 만들어낸 그런 기믹 밴드의 결과물이 통상 어떤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밴드는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온몸으로 입증한다. 정규반이지만 Mantas(Venom의 전신 그 분들)의 데모만도 못한 엄청난 음질도 그렇지만 스래쉬메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이 ‘스래쉬’ 밴드의 작풍은 더욱 문제다. 앨범 전체가 파워 코드를 조금 응용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리프로 구성되어 있으면서(그 와중에 NWOBHM의 전형적인 멜로딕 리프를 보여주는 ‘Retribution’ 이나 ‘Unwed Mother’가 눈에 띄긴 한다.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변화도 드물고, 중간중간 으레 끼워넣은 듯한 느릿느릿한 솔로잉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과연 녹음은 됐을까 의심스러운 베이스도 그렇지만 스네어를 남용하는 드러밍도 귀를 찌른다.
그리고 역시 유유상종이라고 이 답 안 나오는 미국 밴드의 유럽 라이센스를 따낸 레이블은 Metal Enterprises였고, “Manslayer”가 화끈하게 실패한 뒤 레이블은 멤버 전원을 갈아치우고 멍청한 가사와 김빠지는 드럼머신 소리가 돋보이는 후속작 “Ashes to Ashes”를 내놓았다. 그리고 밴드는 정말로 흙으로 돌아가 버렸다.
[Lanslyde,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