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ndalf라는 이름의 밴드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꽤 많았지만 Saruman이라는 밴드는 장르를 불문하고 아직 이 밴드밖에 보지 못했다. 뭐 그래도 핀란드 출신이면서 묘하게 구수한 스웨디시 데스메탈을 연주하던 Gandalf를 좋게 들었고, 둘 다 이스타리이니 음악은 비슷하려나 하는 아무 근거없는 기대도 있었다. 레이블도 Black Attakk이니 로스터에서 A급은 딱히 본 적 없었지만 키보드 적당히 깔아주는 멜로딕 데스라면 나름 많은 성공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서 이 앨범을 그 때 왜 샀을까? 하는 질문에 답할거리는 꽤 많은 밴드인 셈이다. 밴드 본인들보다는 레퍼런스의 힘이겠지만 그 얘기는 이만하고.
음악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런 인상과는 어긋난 스타일이다. 첼로 연주가 은근 My Dying Bride(물론 이들은 바이올린이지만)을 연상케 하는 둠-데스이지만 이들이 좀 더 심플한 편이고, 레이블이 레이블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리프에 은근한 스웨디시 바이브가 묻어나면서도 정작 와닿는 멜로디는 사실 흔치는 않은 편. ‘The Dragonslayer’의 건반이나 Dimmu Borgir를 커버한 ‘The Night Masquerade’가 귀에 잘 박히는 걸 보면 사실 장르를 잘못 고른 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Queen of the Damned’ 같은 곡명들을 보자면 과연 이게 둠-데스에 어울리는 테마인가 싶기도 하다. 될성부를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푸릇했던 떡잎이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Black Attakk,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