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en은 80년대 노르웨이에서 인더스트리얼을 하고 있었다고 이런저런 문헌에서 이름을 디밀던 Lars Penderson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위키에 의하면 어린 시절 Jackson 5 풍의 활동을 뒤로 하고 1983년부터 When으로 활동을 개시했다고 하나… 어쨌든 알려진 건 아무래도 근래의 Jester Records에서 나온 작품들 덕분일 것이고, 처음으로 빛본 건 그래도 Satyricon의 “Dark Medieval Times” 인트로에 ‘Death in the Blue Lake’의 샘플링이 들어간 덕분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초창기 북유럽 블랙/데스메탈의 알려진 밴드들 중 다수가 은근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Silvester Anfang’의 Mayhem도 있었고, 훗날 메탈은 집어치우고 전자음악으로 넘어가는 Ulver나 Burzum도 그렇고, De Infernali를 통해 (나쁜 의미로) 충격적인 사운드를 보여준 Dissection도 그렇… 다고 하려니 이건 좀 그렇다. 넘어가자.
물론 블랙메탈 밴드들에게 인기 많았던 앨범이라 해도 메탈과는 별 관련 없는 사운드지만, A사이드 전체를 장식한 ‘Death in the Blue Lake’의 기괴한 샤우팅이나 자욱한 분위기의 사운드 이펙트, 바람 소리 머금은 오케스트레이션 등은 틈만 나면 숲 얘기를 하곤 하던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들이 어떤 지점을 참고했을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 있다. B사이드는 그런 분위기와도 거리가 멀고 이런저런 주제의 소품들을 모아 놓은 듯한 구성인데, ‘Paint the Dance’의 생각보다 팝적인 모습에 어리둥절하다가도 ‘Under X-Mas Tree of Medusa’의 Art Bears풍 괴팍함은 When이 알려진 ‘블랙메탈풍’ 분위기 말고도 즐길거리가 많은 프로젝트임을 보여준다. 솔직히 Satyricon 얘기를 하지 않고 소개하기는 조금은 번거로울 앨범이겠지만, 들을 때는 Satyricon 생각을 하지 않고 듣는 게 훨씬 좋을 것이다.
[Witchwood,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