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장의 앨범과 EP 하나를 발표했고, 이 앨범도 이미 2019년에 발표했다고는 하나(물론 그때는 전혀 몰랐음) 쿠바 바이킹메탈 밴드에게 기회를 줄 레이블을 찾을 수는 없었는지 피지컬로는 금년에야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하긴 ‘쿠바 바이킹메탈’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받은 느낌은 언젠가 홍대 근교에서 본 “정통 한국식 오코노미야끼” 간판을 봤을 때와 비슷했으니 레이블 입장에서도 셀링 포인트를 찾기는 아마 어려웠을지도. 뭐 그래도 캐리비안의 해적을 통해서 우리는 쿠바가 바이킹은 아니더라도 해적과 생소한 동네는 아니었다는 점을 알고 있으니 바이킹 얘기를 하는 것도 그럴법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거면 바이킹메탈이 아니라 Running Wild의 후예마냥 ‘토르투가 메탈’ 정도로 홍보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그렇지만 음악은 생각 이상으로 제대로 ‘pagan’한 바이킹메탈이다. 쿠바 밴드가 연주하는 곡들의 제목들에 ‘Rusalka’나 ‘Uppsala’가 끼어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밴드가 나름의 지역색을 살린다거나 하는 데는 발톱의 때만큼도 관심이 없음이 보이고, ‘Rusalka’의 Bathory풍 리프나 ‘Myghti Fallen One’의 Amon Amarth풍 전개는 밴드가 그 북유럽 스타일을 따라하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짐작케 해 준다. 덕분에 나름 원곡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Falkenbach의 ‘Ultima Thule’의 커버가 앨범에서 그리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장르의 기린아들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준작 소리를 망설임 없이 붙여주기는 충분한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쿠바 밴드들도 알아봐야 하려나…

[Self-finance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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