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ircle Jerks의 2집. 사실 펑크를 굳이 찾아듣지 않은지 좀 됐고 어디 가서 펑크를 좋아한다고 얘기할 만큼 아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묵직한 이름들은 그 무식한 메탈헤드라도 만족시킬 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점을 오랜 커리어를 통해 입증했으니 기회를 주기엔 충분하다. 메탈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캘리포니아 하드코어 펑크를 상징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Group Sex” 같은 앨범은 충분히 에너제틱했으므로 파워라는 면에서도 매력은 분명하다. 한 때 그 Chris Poland(Megadeth의 그 분 맞음)가 이 밴드의 투어 멤버로 뛰기도 했으므로 메탈헤드의 입장에서도 이야깃거리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말 나온 김에 이 분은 왜 펑크 밴드에서 베이스로 세션을 뛰셨는지 의문이지만 찾아보긴 귀찮으므로 넘어가고.
아무래도 “Group Sex”보다는 조금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일반적일 텐데, “Group Sex”보다 길어진 곡들이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소리까지 있는 모양이지만 25분짜리 앨범을 너무 길다고 얘기하는 건 솔직히 너무한다 싶다. 아무래도 ‘하드코어’라는 말이 붙어 있긴 하지만 후대의 팝 펑크와도 무관하지 않은, 마냥 강하지만은 않은 음악이라서 그렇지 않을까(그런 미국 펑크를 찾는다면 차라리 Siege를 권해본다). 말하자면 적당히 흥겨운 멜로디와 절도있는 에너지가 돋보이는 하드코어 앨범이고, ‘Wild in the Streets’의 코러스는… 이 시절 펑크 밴드들이 만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귀에 잘 박히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러닝타임이 25분이다 보니 러닝머신 뛰면서 듣기에도 좋다. 너무 짧은가? 저질체력으로서는 더 길면 곤란하다.
[Faulty Products,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