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선물로 들어온 앨범. 생일은 어쨌든 좀 지났으므로 머쓱하긴 하지만 주시는 분이 생일선물이라면 응당 그런 것이다. 늦었지만 감사함을 표하는데… 생각해 보니 여기 오실 분이 아니로구나. 그래도 감사합니다. 내년 생일 즈음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각설하고.
데뷔작 “Khymera”를 꽤 좋아했었지만 사실 이후 그리 찾아들은 밴드는 아닌데, 아마도 Empty Tremor에서의 대활약으로 머릿속에 실력 있는 가운데 은근한 싼티를 보여주는 이미지가 박힌 Daniela Liberani의 프로젝트였던 때문일 것이다(저 데뷔작도 Liberani가 쓴 곡은 얄궂게도 인트로밖에 없음). 본인도 별 재미는 못 봤는지 “The Grand Design”부터 Liberani는 앨범에서 손을 떼었고, Dennis Ward가 손을 대기 시작했으니 그 때부터는 다시 들어볼만도 했을 텐데(라이센스도 됐는데) 손에 닿지 않았으니 뭐 그것도 인연이랄까.
앨범은 꽤 준수하다. Mark Free와 Ronnie Atkins를 적당히 잘 섞은 듯한 Dennis의 보컬도 좋고, ‘Master of Illusions’ 처럼 상쾌한 코러스와 함께 장르의 컨벤션을 충실히 지키는 곡도 즐겁다. Dennis Ward는 꽤 자주 나름의 ‘은은한’ 음질로 하드록 앨범의 하드함을 깎아먹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아무래도 본진이라 그런지)어느 하나 빠지는 파트 없이 녹음도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Victim of Your Love’의 은근한 Def Leppard풍(굳이 고른다면 “Adrenalize”)은 사실 내 귀에는 비껴가고 있지만 이런 스타일을 반기는 사람도 (많지는 않아도)은근 있을 것이다. 꽤 즐겁게 들었고, 꼭 선물로 받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뭐 그래도 선물은 늘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Frontier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