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앰비언트와 90년대 초중반 ‘클래식’ 스타일들을 열심히 재현해 내던 Trondheim 출신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의 데뷔작. 사실 이런 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블랙메탈 밴드는 정말 숱하게 나왔고, 그래도 이름 깨나 날렸다는 블랙메탈 뮤지션들의 이합집산에 가까웠던 많은 밴드들과 달리 이 밴드에서 눈에 띄는 멤버는 Behexen에서 Wraath라는 이름으로 기타를 잡고 있는 Luctus 뿐이니 딱히 주목할 거리도 별로 없기는 한 밴드지만, 앨범을 내고 몇 달 되지 않아 보컬리스트가 오발사고로 사망하면서 이름값에 비해서는 꽤 회자되었던 밴드로 기억한다.

뭐 얘기를 이렇게 해서 그렇지 그래도 회자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음악이다. “De Mysteriis dom Sathanas”스러운 베이스와, 보기 드물게도 Atilla Csihar를 연상시키는 보컬, Burzum이나 Gorgoroth 등을 다양하게 참고한 기타 리프를 잘 버무려낸 음악인데, ‘All Praise to Thee’ 처럼 자욱한 분위기를 풍겨내는 곡과 ‘Demon of Old’ 처럼 제대로 후려치는 곡을 모두 담아내는 모습을 보면 이 밴드가 오래 갔다면 클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중요한 몇 곡들을 만들어내기는 충분하잖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죄다 어디서 들어본 느낌이라고 볼멘소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런 커버의 앨범을 꺼내들면서 뭔가 새로운 걸 기대했는데 다 들어본 듯한 것들이다! 얘기하는 건 내가 허투루 생각했다고 고백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

[Debemur Morti,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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