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Ást”는 ‘cascadian’으로 분류되는 앨범들 중에 한 손에 꼽힐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앨범이고, 붙은 레떼르 덕분에라도 포스트락과의 비교는 아마 불가피하겠지만 마냥 포스트락의 방법론을 받아들여 만들어낸 스타일이라고 하기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앨범이기도 했다. 많은 포스트락 밴드들이 즐겨 쓰긴 했던 침잠하다가 빌드업을 거쳐 한번에 터뜨리는 방식은, 그래도 그 장르에 특화된 방법은 아니었고, 이미 우리는 Woods of Ypres 같은 밴드들의 스타일을 알고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같은 ‘cascadian’으로 분류되는 밴드들이라고 하더라도 Skagos만큼은 다른 밴드들과 함께 뭉뚱그리기에는 좀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라는 게 사견이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앨범은 피드백으로 시작했다가 6분 가량 반복적인 리듬에 ‘청명한’ 코러스 등을 이용한 약간의 빌드업을 거쳐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달린다기보다는 리프 자체의 연주는 앰비언트에 가까울 정도인데, 구성 자체는 전작보다도 좀 더 다채로운 모양새인지라 앨범을 단순하다고 말할 정도까진 아니다. Wolves in the Throne Room을 말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그보다는 A Silver Mt. Zion(그런 면에서는 좀 더 포스트락스러운 앨범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나… 때로는 Deftones 같은 밴드들도 떠오르고, 때로는 Pink Floyd를 열심히 따라하던 시절의 Anathema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블랙메탈의 질감을 발견할 수 있긴 하지만 이제는 블랙메탈이라 하긴 좀 고민되는 사운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밴드 본인들도 굳이 블랙메탈 밴드로 불리고픈 생각은 전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The Flenser,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