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gital Ruin을 처음 접한 것은 지금은 아예 방송국 자체가 없어진 경기방송의 ‘조경서의 음악느낌’에서였다. 누구였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게스트가 “Dwelling in the Out”을 소개했었고, 정작 게스트가 틀었던 곡은 별로였지만 데뷔작인 “Listen”이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소개가 기억에 남았었다. 듣는 귀는 다들 비슷한지 “Dwelling in the Out”은 이후, 정말 샀던 사람들이 전부 다 팔았는지 중고시장에 셀 수 없이 등장하는 앨범이 되었지만 “Listen”을 손에 넣게 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물론 밴드의 운명은 그리 녹록지 않았던 것이 그렇게 구했던 “Listen”도 가격은 배송료 포함 만원 수준이었으니 반응은 그닥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Listen”은 꽤 훌륭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이었다. “Dwelling in the Out”이 “A Pleasant Shades of Grey”의 분위기를 Dream Theater의 방법론으로 풀어내려다 잘 안 된 앨범이었다면 “Listen”은 그보다 어두운 분위기는 좀 덜하고, Fates Warning의 USPM 시절 사운드(또는 초기 Queensryche)를 좀 더 닮아 있다. 그런 면에서 사실 그 시절 가장 비슷한 밴드는 Vauxdvihl이라고 생각하지만, Vauxdvihl은 Digital Ruin보다 훨씬 안 유명하니 이렇게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겠구나. 아마도 밴드의 스타일을 대변할 ‘In the Mirror(Dark Half)’를 꽤 오래 즐겨 들었다.
[Siegen,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