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ibal Corpse의 15번째 앨범. 뭐 부침이 없지는 않았지만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구린 앨범을 낸 적이 없었던(이것도 이견이 있으려나) 장르의 슈퍼스타 – 무려 Pitchfork에 리뷰가 실린다. 평은 좋지만 글쓴이가 정말 데스메탈을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의문을 주는 신기한 글이다 – 인데다, Pat O’Brien의 빈자리를 Erik Rutan이 채웠으니 밴드의 그간의 페이스를 이어가는 데도 별 문제는 없어 보이고, 늘 하던 정도를 예상하는 건 아무래도 쉬운 일이다. 물론 Erik Rutan이 합류한 만큼 Hate Eternal풍 리프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할 일이고, 특히 ‘Ritual Annihilation’는 흡사 Corpsegrinder가 Hate Eternal에 가입한 게 아닐까 싶은 사운드를 보여주는데, 그러다가도 Paul Mazurkiewicz의 ‘클래식한’ 스타일의 드러밍을 듣자면 이 밴드가 Cannibal Corpse였다는 걸 다시 실감할 수 있다.

말하자면 Cannibal Corpse 특유의 공식을 따라가면서도 Erik Rutan의 가입을 계기삼아 나름 모던한 기분을 가미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뭐 그렇더라도 앨범을 시원하게 시작하는 ‘Murderous Rampage’나, 라이브용으로 일부러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Surround, Kill, Devour’, 특유의 미드템포에 Rutan이 Cannibal Corpse에 녹아든 스타일의 솔로를 들려주는 ‘Condemnation Contagion’은 밴드가 자신들의 ‘좋았던 시절’ 모습을 아직 분명히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Torture” 이후 밴드가 낸 앨범들 중에서는 제일 좋게 들리고, 2000년 이후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 듣고 “Eaten Back to Life”를 이어 들었는데, 밀리지 않았다.

[Metal Blade,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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