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웃기는 이름의 밴드는 이름만으로는 블랙메탈에 별 관심이 없을 만한 이들로부터 RATM처럼 자본주의의 세계화 경향에 저항하는 밴드라는 오해를 살 수 있겠지만 그런 밴드가 앨범 커버에 저렇게 미국 국장을 박아놓지는 않았을 것이고, 공인된 NS 레이블인 Europa Erwache에서 앨범이 나왔으니 아마도 이 밴드의 분노는 어디 우리를 감히 쟤네들과 하나로 묶으려고 하냐?는 취지에서의 분노이거나, 아니면 소재가 소재인만큼 프리메이슨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류의 음모론에 탐닉한 자들의 분기탱천에 가까울 것이다.(뭐 얘네가 러셀의 세계정부론 같은 걸 읽어봤을 것 같지도 않고) 뭐가 됐든 가사는 굳이 읽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NSBM으로 점철된 레이블 발매작으로는 특이하게 이 앨범은 Ministry를 분명히 의식했을 인더스트리얼 메탈을 연주하고 있다…만, 사실 ‘인더스트리얼’이란 용어는 Ministry의 그림자 덕분에 붙인 말이고, 차라리 싼티 물씬 풍기는 드럼머신에 약간의 일렉트로닉스와 디스토션 건 기타 연주를 덧붙인 스타일에 가까울 것이다. 뭐 그래도 이런 류의 레이블에서 흔히 나오는 단조롭기 그지없는 리프와 템포의 싸구려 블랙메탈들과 거의 동일한 단점을 보여주는만큼 그래도 이 밴드를 다른 밴드들과 구별짓자면 ‘인더스트리얼’이란 말은 불가결할지도. 그래도 ‘We Took the Wrong Step Years Ago’와 ‘Urban Guerilla’만큼은 준수한 리프를 들려주는만큼 나쁘지 않게 들을 수 있다. Hawkwind의 커버곡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고 보니 무슨 NS 밴드가 Ministry 스타일을 따라가면서 Hawkwind의 커버곡을 연주하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분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모를 수도 있겠거니 싶다. 생각이 없어도 이건 좀 너무하잖나. 피해 갈 것.
[Europa Erwach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