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스래쉬 리바이벌 얘기를 하면서 잊고 넘어가는 사실 중에 하나는 Vendetta가 이미 2002년에 재결성해서 2007년부터는 앨범 사이 간격이 길어서 그렇지 정규 앨범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에 냈던 두 장의 앨범이 모두 걸작에 가까웠음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묻히는 걸까 싶을 수 있지만, 간만의 복귀작이었던 2007년작 “Hate”를 들어 보면 이 밴드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를 능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던 이들도 결국 “Feed the Extermination”의 눈치없는 모던 스래쉬에서는 나지막하게 욕설을 뱉으며(사실 그 분노는 문자로 옮기기도 어렵다) 기다림을 아까워하기 시작했다.

“The 5th”는 그런 상황에서 나온 앨범인데, 그래도 “Feed the Extermination”보다는 분명히 “Brain Damage” 시절의 사운드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인지라 “Brain Damage”는 물론 Destruction의 최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면도 있고, 일정 부분에서는 Kreator의 적당히 스래쉬와 멜로딕데스 사이에 걸쳐 있던 모습을 닮아 있기도 하다. 문제는 Kreator가 멀쩡하게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Vendetta까지 이러는 모습을 반가워할 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뭐 Kreator 따라하는 밴드가 한둘이겠냐마는, Vendetta의 앨범을 찾아듣는 이들은 그런 모습을 좋아할 리가 없을 것이다. ‘The Prophecy’ 같은 수려한 곡이 있으니 그래도 미워도 다시한번? 뭐 그건 개인의 취향에 맡겨둔다.

[Massacre,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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