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미에서는 Current 93의 가장 유명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실 음악만 따지면 Current 93의 앨범들 중에서는 꽤 이질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Hilmar Örn Hilmarsson은 일찌기 Psychic TV의 멤버로 합류하면서 영국의 인더스트리얼 씬에 발을 들여놓았고, Psychic TV와의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David Tibet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본격 사타닉 인더스트리얼 밴드에 가까웠을 Current 93의 이미지는 그 때 즈음부터 슬슬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Current 93보다는 Nurse with Wound 생각이 더 나던 “In Menstrual Night”의 음악은 Tibet이 그간 해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고, 아마도 새로 합류한 Hilmar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이 앨범은 Current 93이 간만에 다시 Hilmar와 작업한 앨범인데, 이제 Current 93과 대등한 콜라보를 진행하기 때문인지 스타일은 또 다르다. 아마 Current 93의 앨범들 중 이만큼 신서사이저에 의존하는 것도 없지 싶은데, 특히나 ‘The Fall of Christopher Robin’의 뉴웨이브풍 연주나… ‘Falling’의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신서사이저 연주 – 거의 드림팝 수준 – 는 예전의 Current 93이라면 생각키 어려운 모습이다. 오컬트하다고 하기도 좀 어렵고, ‘Anyway, People Die’에는 무려 티벳의 Chimed Rig’dzin Lama를 참여시킨 것도 보면 조금은 뉴에이지 – 라기보다는 밀교 – 풍을 생각했는지도? 이게 티베트 불교와 뭐가 관련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Falling’의 아련한 코러스를 선사했던 그 보컬리스트는 이후 Current 93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이름을 다시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후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개시하면서 굳이 Current 93을 떠올려야 할 필요도 여유도 없어 보일 정도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Bjork 얘기다.

[Durtro, 1991]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