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어보는 Katharsis의 두번째 데모. 우연한 기회에 그 곳에 들어가 보게 된 아직 인간의 이성을 갖추었다 하기엔 송구스러울 부분이 꽤나 많아 보이는 그 꼬맹이의 손에 이 데모 테이프는 자칫 그 생명을 다할 뻔 하다가 마지막 타이밍에 겨우 존재를 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췌 어디가 근원인지 끝 모를 기름기를 품고 있는 손가락 흔적은 어째 회복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말하자면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겨우 걷어낸 김에 들어보는, 일종의 전리품 같은 시간을 선사한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전리품치고는 음질은 물론 무척 형편없지만 넘어가고.

Chanteloup Creations는 프랑스 블랙메탈의 A급들은 재주 좋게 거의 피해가면서 B급 밴드들을 무수히 내놓다가 이따금 확보한 다른 나라의 A급 밴드의 전성기는 확실히 비껴간 앨범들을 내놓아 연명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레이블인데, 그런 면에서 Katharsis의 이 데모는 Black Witchery의 “Evil Shall Prevail”만큼이나 레이블에게는 효자 같은 앨범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마 저 두 장을 팔아 얻은 이름값으로 2000년에 그 많은 데모들을 쏟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뭐 데모 백 장 팔아 번 돈으로 팔자를 고치지야 못했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효자놀음에 비해서는 내용물은 아무래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진 못한다. “666”보다는 좀 더 클래식 Darkthrone 스타일에 가까운 음악인데, 아무래도 D. Lohenberg의 보컬이 워낙 Nocturno Culto와 비슷한지라 더욱 그리 들리는 부분도 있지만, 사실 리프 하나하나는 그보다는 Moonblood 같은 독일 밴드에 좀 더 비슷해 보인다. 그런 리프를 ‘Thornkings’나 ‘Hellstorm’의 휘몰아치는 블래스트비트에 실어내는 모습은 아직은 확실히 B급이긴 하지만 “Kruzifixxion”의 기운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적어도 “Terror, Storm and Darkest Arts”에서는 이런 기운을 찾아볼 수 없었던 걸 생각하면, 어쩌면 밴드의 진짜 시작은 이 데모부터였다고 할 수 있을지도. 원래 12장 자주반이지만 Chanteloup Creations에서 100장 한정으로 재발매되었다.

[Chanteloup Creation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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