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1989년에 결성된 데스메탈 밴드는 정규작으로는 이 3곡뿐인 7인치 EP만을 발표했지만 생각보다는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아무래도 Occultus(Mayhem에 잠깐 있었던 그 분 맞음)가 마이크를 잡았기 때문일 것이고, 덕분에 노르웨이 최초의 데스메탈 밴드들(그리고 콥스페인트를 처음으로 했던 밴드들. 사실 콥스페인트가 블랙메탈 밴드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 하나라는 식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 Occultus가 훌륭한 보컬리스트는 아니다. 열심히 부르고는 있지만 그렇게 묵직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아닌데, 그래도 대신 날카로운 고음을 문득문득 들려주는 방식으로 곡을 풀어나가는지라(특히 ‘Death Rides at Dawn’) 적당히 블랙메탈 물을 먹은 데스메탈 연주와 어우러져 보컬의 단점이 그리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꽤 탄탄한 리듬 파트 덕분에 적당히 고개를 까딱거리며 듣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굳이 불만스러운 부분을 찾는다면 별로 들어줄만하진 않은 클린 보컬이 등장하는 ‘Occultus Brujeria’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1991년의 노르웨이 데스메탈 앨범에서 흔히 기대할 만한 수준은 충분히 넘어준다. (애초에 3곡짜리 EP에서 맘에 안 드는 곡을 고르는 것도 하긴 적절하진 않다) Seraphic Decay 발매작 중에서 가장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앨범이라는 점도 나름의 메리트.
[Seraphic Decay,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