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reon의 앨범은 들어보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고정은 Arjen Anthony Lucassen과 Ed Warby(난 이 분이 왜 계속 고정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다) 뿐이고, 끌어모으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을까 싶은 화려한 게스트들과, 게스트들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조금은 덜 화려하면서 프로그레시브 록의 향내를 머금은 ‘프로그레시브 메탈’ 연주, 그리고 뭔가 있어보이면서도 사실 가사를 잘 읽어보면 이런저런 헐리웃 영화들의 플롯들을 조금은 유치하게 엮어낸 클리셰 짙은 스토리를 잘 버무리면 Ayreon 음악이 나온다…고 한다면 과장이겠지만, 이런 얘기들을 잘 버무리면 Ayreon 앨범의 꽤 그럴듯한 리뷰가 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벌써 이 얘기만으로 이 짤막한 리뷰글의 절반 가량을 채웠다!

그렇지만 “The Theory of Everything”은 좀 더 할 얘기가 많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서번트 증후군과 “뷰티풀 마인드”, 약간의 SF 소재를 섞어낸 익숙한 스토리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앨범은 그간의 Ayreon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까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뭐 이렇게 써도 카테고리는 여전히 메탈이긴 하다만) Rick Wakeman, Keith Emerson, Steve Hackett, John Wetton을 모두 게스트로 부르려다 보니 이런 스타일이 나온 것일까? 앨범에서 가장 헤비한 부분도 Dream Theater 외에 해먼드 오르간을 공격적으로 내세우던 시절의 Deep Purple 생각이 난다. ‘Progressive Waves’는 Keith Emerson의 비르투오조로서의 면모가 마지막으로 빛났던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거라 믿는다. Ayreon으로서도 이런 고색창연한 순간은 “The Final Experiment” 이후 아마 처음일 것이다.

‘The Teacher’ 역할을 맡은 JB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 양반이라는 것도 새삼 새롭다(사실 윤병주씨 닮은꼴로밖에 기억이 없다). 이 분 스토너 그만 하는 것도 좋을 듯한데 아마 그러진 않겠지.

[Inside Ou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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