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icker Man”의 OST가 네오포크의 은근 숨겨진 걸작이자 장르의 맹아를 품은 앨범으로 알려진지라 항상 뒤늦은 후대가 저렴하게 구해보려다 엉겁결에 구했던 앨범은 1973년은 커녕 1995년에 나온 그런지(또는 얼터너티브 메탈) 앨범이었다. Kurt Cobain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게 1994년이었는데 1995년에 전형적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런지를 냈다는 사실에서부터 大暴亡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해되지 않는 구석들로 가득한 앨범인 셈이다. 과연 레이블은 무슨 생각으로 이 앨범을 냈을까? 일단 Sacred Reich나 Danzig의 앨범을 내던 곳이니까 일견 스토너하면서도 메탈릭한 맛을 높이 샀겠거니라고 친다면, 과연 나는 대체 뭘 보고 이 앨범을 구한 것일까? 그래서 인생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앨범은 메탈바보의 귀에도 꽤 즐거웠다. 골간은 결국 그런지이지만 확실히 90년대 중반 차트를 기웃거리던 스타일보다는 확실히 메탈적이고, 덕분에 밴드가 나름의 멜로디감각을 뽐내는 지점에서는 훗날의 포스트-하드코어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고, ‘Miscalculate’ 같은 곡의 그루브는 “Meantime” 시절의 Helmet을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사실 포스트-하드코어도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도 이 앨범이 기억에 남는 건 바로 그 그루브함이었을 것이다. 취향을 떠나서 “Meantime”은 진짜 괜찮은 앨범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앨범은 시원하게 망했다. 하긴 이 글만 보더라도 그 Helmet스러움을 제외하면 굳이 이 앨범을 들어야 할 이유는 하나도 안 써 놓고 있으니 말이다. Wicker Man 글인데 Helmet 얘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바가 무엇일까? 아쉬움도 확실한 앨범이다.
[Hollywood,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