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버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 밴드명의 ‘forest’는 북구의 그 이미지를 의도했겠지만 과연 이 밴드가 데모를 만들 시절 아마존 밀림 말고 그런 북구의 숲을 본 적이 있기는 했을까가 먼저 궁금해지는 브라질 블랙메탈 밴드의 1999년 데모. 하지만 2002년의 데뷔작 “Battletales and Songs of Steel”이 나름 신경쓴 커버에 따라주지 못하는 나사 빠진 바이킹 바이브 살짝 섞인 블랙메탈 앨범(뭐 그 즈음 Evil Horde 발매작들이 그런 경우가 많긴 했다)이었던 점이 생각나면서 듣기 전부터 과히 그 이미지가 좋지 않다. 밴드 본인들이야 언더그라운드에서 컬트가 된 데모라지만 일단 수록곡 3곡 모두 “Battletales and Songs of Steel”에 있는 곡이라는 점도 불안감을 더한다. 싸기는 참 싼 데모기 때문에 부담까진 아니다만.
그 불안감은 역시나 꽤 잘 들어맞는다. 그래도 ‘Masters of the Old War’가 그 평이한 멜로딕데스풍 리프가 좀 더 구려진 음질에 힘입어 뭔가 더 공격적으로 들리고, 후반부의 올드스쿨 스타일은 더욱 잘 어울린다는 점은 좋았지만 ‘Majestic South’나 ‘Imperial Moon’ 같은 곡들의 평이함이 데모로 거슬러간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좋게 얘기하면 어쨌든 초창기 노르웨이 심포닉 블랙메탈(에 약간의 바이킹 바이브)을 의식하고 열심히 따라하는데, 그 평이함과 때로는 좀 유치한 리프 덕분에 무게는 잡으면서도 딱히 멋있지는 않은 음악이라고 하면 좀 가혹하려나. 그래도 ‘pagan’한 맛만큼은 나름 확실한만큼 이 밴드가 어떻게 레이블을 구해 데뷔작을 낼 수 있었는지 짐작되는 부분은 있다. 사실 이 데모의 3곡이 데뷔작에서 가장 좋은 곡들이기도 하고.
[Self-financed,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