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Tempio delle Clessidre가 마치 Museo Rosenbach가 남긴 잿더미에서 피어오른 후계자인양 소개된 덕에 셀프타이틀 데뷔작은 Black Widow 발매작이 시완레코드를 통하지 않고도 국내에까지 라이센스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뭐 그런 엄청난 데뷔작이 과연 얼마나 팔렸으려는지는 알아봐 봤자 모두가 슬퍼지는 사실일 게 분명하니 넘어가고, 문제는 Stefano ‘Lupo’ Galifi가 이 밴드에 몸담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이다. 밴드가 다시금 Museo Rosenbach의 이름을 수면 위로 밀어올린 덕분인지 Galifi는 Museo Rosenbach의 재결성을 위해 밴드를 떠나버렸고, 홍철 없는 홍철팀마냥 거듭난 밴드는 새로운 보컬을 맞이하여 지지 않고 두 번째 앨범을 내놓았다…는 게 대략적인 레이블의 소개 내용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보컬인 Franscesco Ciapica는 톤은 좀 다를지언정 확연히 Galifi를 의식한 보컬 스타일을 보여주는데다, 밴드의 스타일도 데뷔작의 심포닉 프로그를 따라가고 있으니 결국 딱히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데뷔작의 ‘Danza Esoterica Di Datura’의 어지러울 정도의 키보드 연주가 앨범의 백미였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보다는 좀 더 밋밋해진(좋게 얘기하면 ‘분위기 위주의’) 연주가 꼭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래도 ‘Onirica Possessione’의 은근한 스푸키함은 Museo Rosenbach의 이름값에 힘입어 의외의 고급스러움을 과시했으나 개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데뷔작과는 달리 좀 싼티나지만 슬슬 개성을 밴드가 드러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번에는 ‘Senza Colori’ 같은 스타일로 ‘Il Cacciatore’ 같은 에픽 트랙을 하나쯤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Il-Lūdĕre”에는 그런 곡은 없었다.

[Black Widow,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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