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데스메탈 밴드의 EP. 사실 2018년에 데뷔작을 냈다고 하나 찾아보니 테이프와 디지털로만 나왔다고 하니 음악의 만듦새를 떠나 알려지기는 좀 어려웠겠다. 사실 음악 스타일도 요새 인기있을 만한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그 시절 유럽 데스메탈의 지글지글 기타 톤으로 긁어주는 리프에 (가끔은 의욕 과다처럼 보이지만)나름 시의적절하게 치고 들어오는 트윈 하모닉 마이너 솔로잉이 주가 되는 데스메탈인데, 그래도 독일 출신이라 그런지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밴드라면 인더스트리얼 물을 먹기 전의 Morgoth다. 물론 “Cursed”의 은근한 분위기까지 따라간다는 얘기는 아니니 과한 기대는 실망을 부른다.
그래도 앨범의 최대 장점은 30분도 되지 않는 EP에서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Throne of Deceit’의 정석적이다 못해 단단한 데스메탈이 있지만, ‘On Primordial Pathways’의 포크 바이브와 오르간 연주의 은근한 고색창연함, ‘Forever in Misery’의 슬램데스에 가까울 그루브를 듣고 있자면 이 테크니컬하다고까진 할 수 없는 음악이 예상보다 꽤 복잡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Deathspell Omega 이후 툭하면 10분을 훌쩍 넘어가는 대곡을 내놓는 밴드가 튀어나오는 판에 29분에 7곡짜리 EP를 내놓는 모습도 개인적으로 조금은 반갑다. 참고로 난 이 앨범을 아주 좋게 들었다.
[Iron, Blood and Death Corporatio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