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가 이 앨범이 나온 지 50년이 됐다길래 간만에. 뭐 심포닉 프로그의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할 밴드인 것도, 걸출한 3인조가 만나 화끈하게 활동했던 밴드인 것도 분명하지만 장르를 거의 완성형에 가깝게 정의내리면서 확실히 세련된 연주를 들려줬던 Yes에 비한다면 EL&P는 그 걸출한 3인조가 서로 내가 제일 잘나간다는 듯 경쟁적으로 밀어붙이던 사례에 가까워 보인다. Yes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클래식의 편곡과 차용에 의존하면서 좀 더 정형적인 구조의 곡을 연주하지만 멤버 개개인은 확실히 과시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게 얘기하면 록스타의 전형이었고, 나쁘게 얘기하면 태생부터 슈퍼 밴드다운 한계가 풀풀 풍겨났던 셈이다.
밴드의 가장 화려한 연주의 앨범은 “Brain Salad Surgery”(중에서 ‘Karn Evil 9’)이었겠지만, 저 과시적인 면모와 정형적인 구조를 가장 여실히 보여준 앨범은 “Tarkus”라고 생각한다. 일단 밴드의 오리지널이 가장 많은 앨범이기도 하고(뭐 그 중 상당수는 사실 밴드의 이름값이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Keith Emerson의 건반만큼이나 다른 파트가 거칠게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밴드의 가장 하드한 앨범은 이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Greg Lake의 커리어에서 보컬이 가장 훌륭했던 한 장을 꼽더라도 아마 이 앨범이 유력하겠거니 싶다. ‘Are You Ready Eddy?’는 밴드가 의외의 팝 센스(와 유머)를 가지고 있다는 흔적이기도 한데, 훗날 “Works Volume II”에서 클래식 물을 뺀 팝을 쓰는 데는 젬병이라는 걸 입증한 밴드에게는 의외의 면모라고 생각한다. 뭐 이 곡이 아니라 사실 ‘Tarkus’ 하나만으로도 기억될 가치는 충분한 앨범이긴 하지만.
[Island, 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