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신성! 정도로 평가되던 밴드가 Nuclear Blast의 로스터에 들어가면서 날 선 모습을 잃어버리고 일견 ‘잘 팔릴 법한’ 사운드로 변모하는(그리고 무뎌진 날 덕에 실제로는 예상보다 덜 팔리는) 모습을 보는 일은 사실 그리 드물지만은 않다. 아무리 그들만의 리그에서의 얘기라도 어쨌든 거기서는 최고 메이저급의 레이블인만큼 어떤 앨범을 내더라도 특유의 노하우가 묻어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전 소속 레이블이 Unique Leader 정도 된다면 예전에 알지 못했던 데스메탈 노하우를 운운하는 것도 곤란하다. Decrepit Birth도 동일한 류의 우려 속에 Nuclear Blast로 적을 옮겼고, “Polarity”는 나름 연착륙이기는 했지만 Unique Leader 식의 ‘브루털’이 꺾이는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Axis Mundi”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원래 테크니컬한 밴드이긴 했지만 “Polarity”부터 밴드는 확실히 이전보다 테크니컬함을 더욱 강조했고, 멜로디라인을 좀 덜어내면서 어둡고 공격적인 리프를 전면에 내세운만큼 이 앨범의 테크니컬함은 더욱 귀에 박힌다. ‘Spirit Guide’ 정도를 제외하면 멜로딕하다고 말할 만한 곡은 별로 없어 보인다. ‘Hieroglyphic’ 같은 곡은 손장난으로 귀를 헷갈리게 하지만 막상 뜯어 보면 반복도 잦은 곡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는 “Polarity”보다 못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쉬움도 많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보너스로 실린 Suffocation의 ‘Infecting the Crypts’ 커버가 정말 잘 뽑힌 걸 생각하면 그냥 이런 스타일로 가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말하고 보니 그게 쉬운 건 아니지만.

[Nuclear Blast, 2017]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